귀족을 위한 부가티 Bugatti for the nobility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20-03-02 18:21

본문

자동차의 역사를 분석하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자동차 자체의 발전, 즉 차량의 성능이나 구조ㆍ형태의 발전을 중심으로 한 관점에서의 분석이며, 다른 하나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인데, 여기에는 생산방식이나 공법 등과 같이 자동차 자체보다는 차량의 제조와 관련된 기술들이 주요 관심사가 된다.


이러한 두 가지 관점에는 명백히 구분되는 특징 뿐만 아니라 동일한 발전의 맥락까지 있다. 차의 성능이 향상되고 구조가 변화되면 필연적으로 생산공법이 변화되고, 또한 생산방법이나 공법이 발전되면 차량의 하드웨어도 진보하게 되는, 어찌 보면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분명 동일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지만 분명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자동차의 발명에서부터 시작해 발전해 온 유럽은 주로 차 자체의 기구적 진보를 중심으로 하여 발전한 경향이 강하고, 신대륙 미국은 자동차의 산업화를 위한 생산방식과 생산공법의 변화를 중심으로 해 발전해 온 경향을 보여 주고 있다. 두 가지의 방향이 결과적으로 자동차의 발전을 이루어 낸 것이기는 하지만 과정은 분명코 같지 않았다.
                                                                                             
유럽은 중세의 봉건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는 귀족과 평민이라는 계층의식이 존재하였고 그로 인하여 기능인이나 공예가와 같은 직업이 대를 이어 내려 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도 이러한 전통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지속되었다. 다른 모든 제품들과 같이 마차 역시 전통적인 마차제작소-일반적으로 코치빌더라고 불리웠다-에서 제작되었으며, 대량생산의 개념보다는 하나 하나 다르게 제작하는 공예적인 성격이 강하였다. 그러므로 대중지향적인 제품보다는 예술적인 요소가 가미된 고급 제품을 지향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오늘날에도 많은 유럽 제품에 남아 있는데, 시계, 카메라, 만년필 등 고도의 숙련과 정교한 기술을 요하는 제품들에서 이러한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에토레 부가티(Ettore Bugatti:1881-1747)는 가족들 대부분이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예술적인 감각을 키울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족들과는 달리 그는 엔지니어의 길을 가게 됐지만 그가 제작한 차에는 그러한 주변의 영향으로 기술과 예술이 조화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의 차에는 이러한 점 외에도 그 시대에는 사용되지 않던 재료나 공법, 구조 등을 사용하였는데, 이 기술들 중 상당수는 오늘날까지 널리 쓰이고 있다. 물론 부가티의 기술들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보다는, 그 당시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기술의 선진성을 높이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부가티의 신기술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으나, 대표적인 것들 중의 하나가 주조공법에 의한 휠의 제작을 들 수 있다. 당시 대부분 차의 휠은 자전거 휠과 같이 가느다란 철제 스포크(spoke)를 이용하거나 마차처럼 목재나 철재의 다소 굵은 스포크를 가진 것이 대부분이어서 휠의 중심점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고 투박한 제품들이 많았다. 부가티는 주조공법을 이용하여 치수의 정밀도와 진원도(眞圓度)를 향상시켰으며 휠의 형태도 마차나 자전거의 이미지를 벗어나게 했는데, 이때의 휠에서부터 스포크의 개념을 벗어난 원반(disk) 개념의 휠이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오늘날에도 스포크형 휠은 간혹 볼 수 있지만, 스포크형 휠의 형태가 주는 이미지는 이러한 역사적인 이유가 있어서인지 다분히 전통적이고 공예적인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고, 한편으로 브레이크의 냉각효율을 높여 주는 기능상의 장점도 가지고 있다.


부가티는 또한 기술의 정교함을 추구하였는데, 엔진을 좀더 부드럽고 조용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최근 국내에서 이슈가 된 바 있는 '조용한 차'나 '소리와의 전쟁'은 이미 자동차 역사의 초기에 부가티가 그 원조라고 할 수 있겠다.

부가티의 차는 그 당대에 볼 때 많은 신기술에 의하여 정교하게 제작되었고, 대부분의 부가티 차의 또 다른 공통점은 차의 크기가 매우 컸다는 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승용차의 기본 치수는 아무리 크다고 하여도 차체의 길이가 7m를 넘지 않는다. (리무진을 제외한 기본적 세단의 차체 크기 기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어느 세단은 5m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모자라는 크기임에도 실제는 정말로 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부가티가 제작한 차는 2인승 쿠페가 7m 가량 되며, 세단이나 페이튼은 그보다 길었다고 하니 '덩치' 가 정말로 상당했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모델이 2인승 쿠페인데 길이가 7m 가량이다.

그리고 부가티는 2인 이상의 승차정원을 가지는 차를 만들 때에는 대부분 앞좌석과 뒷좌석을 벽으로 막아 분리시키는 구조를 채택하였다. 그리하여 뒷좌석의 프라이버시(privacy)를 확보하였는데, 이것은 뒷좌석 탑승자와 운전자의 신분적 구분을 의미한다. 이렇게 운전자와 탑승자(또는 오너)가 구분되는 개념의 차량을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좌석(운전석과 조수석)에는 지붕이 없는 경우도 많은데,사실 이것은 좀 의아한 구조이다. 앞좌석에 타는 사람은 거의 마부와 마찬가지 취급을 하는 것인지, 비가 와도 맞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97건 1 페이지
번호
제목
글쓴이
열람중
최고관리자
225
03-02
93
최고관리자
326
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