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후라, 머플러, 소음기 muff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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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25회 작성일 20-03-0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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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후라 = 머프러 = 소음기>

모든 자동차에는 소음기(消音器)가 달려 있다. 소음기 덕분에 우리는 자동차가 그다지 시끄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대형 트럭이나 버스는 예외로, 소음기로 조용하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시끄러운 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소음기가 달려 있지 않은 엔진의 소리는 어느 정도일까? 그 소리를 들어볼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 간혹 길을 가다가 소음기가 녹이 슬어 망가진 차들이 내는 소리 말고는…. 그러나 그 소리도 소음기가 완전히 제거된 소리는 아니다. 대개의 차들은 두 개 정도의 소음기가 장착되는데 두 개가 동시에 고장 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흔히 소음기를 일반 정비업소의 정비 기사님들은 '마후라'라고 부른다. 이것은 영어 단어인 머플러(muffler)의 일본식 표기인 'マフラ'를 그대로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겨울에 추위를 차단하기 위해 목에 두르게 되는 목도리도'마후라'라고 부른다. '♪빨간 마후라는 하늘의 사나이♪ '라는 노래가사도 있듯이 목도리도 틀림없는 '마후라'이다.


머플러는 영어의 동사 'muffle'의 명사형 단어이다. 'muffle'의 뜻을 찾아 보면 'wrap or cover something for warmth of protection' 또는 'something make the sound of something quieter by wrapping it, covering it in cloth'(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Oxford University Press, 1989)라고 되어 있다. 의미상으로 보면 '소음기'와 '빨간 마후라'는 모두 틀림없는 머플러이다. 그러나 두 대상은 적어도 시각적으로는 판이하게 다르게 보인다. 영국 사람들은 모두 머플러라고 부르지만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의 것을 사일랜서(silencer)라고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소음기의 원리
자동차 소음기의 원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그러나 배기음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는 경지가 되면 거기에는 많은 기술이 요구될 것이다. 대개의 자동차용 가솔린 엔진은 10:1 내외의 압축비를 가진다. 이것은 연소가스가 10기압 정도의 고압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엔진의 연소는 압축 후의 폭발 작용이므로 그것은 아무리 주먹 크기의 작은 연소실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이라 하여도 폭발이다. 더구나 엔진의 상용 회전수인 3000rpm 정도의 영역에서는 4기통 엔진이며 4행정 기관인 경우 초당 폭발 회수는 3000(1분당 회전수)÷2(1사이클의 회전수) ÷60(1분)=25회이다. 4개의 연소실에서 교대교대로 1초당 약 25회의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엔진의 내부에서는 이렇듯 격렬한 폭발작용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10기압 가량 되는 연소가스가 초당 25회 정도 방출될 때 그 압력과 흐름의 속도를 점진적으로 완화시켜서 대기(1기압) 속으로 배출시킬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머플러의 역할이다. 근래에는 공해 방지의 목적으로 배기가스에 포함된 유해성분을 중화 시키기 위하여 머플러 내부에 백금으로 만든 촉매를 장착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경우에 차량의 외부에서는 백금 촉매는 물론이고 머플러도 손쉽게 관찰되지는 않는다. 차체 아래에 '숨겨서' 장착 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혹자는 '백금' 같은 귀금속으로 부품을 만들어 달았으니 좀 잘 보이게 붙여 놓아야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해서 필자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머플러는 차량 뒤쪽에서 범퍼 아래로 등을 구부려서 보면 커다란 깡통처럼 생긴 모양이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머플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 '깡통'보다는 배기가스가 나오는 배출구(tail pipe)의 모양이다. 배출구는 물론 머플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같은 부품으로 취급되는 것이지만, 특히 자동차 디자이너들에게 이 배출구는 머플러와는 약간 다른 성격을 가지는 대상이다.


테일 파이프의 역할
테일 파이프는 연소가스를 배출한다는 물리적 기능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품이다. 테일 파이프의 직경은 그 차가 가진 엔진의 배기량에 따라 정해지는데, 배기량이 큰 엔진을 가진 차라면 테일 파이프는 물론이고 엔진에서부터 시작되는 모든 배기계통의 파이프 직경이 커진다. 이것은 배기효율과 관련이 있어서 배기효율이 높다면 그만큼 엔진이 원활히 작동될 수 있으며 출력도 높아진다. 레이싱 머신들은 출력을 높이기 위하여 별도의 머플러나 구불구불한 배기계통의 설계를 하지 않고 배기밸브에서 거의 직접적으로 배기 파이프를 빼낸다. 따라서 레이싱 머신들의 배기음은 그야말로 '천둥' 소리이다. 자동차 경주장에 가 본 사람이라면 필자의 말을 수긍하는 데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배기의 속도를 빨리 하면 그 만큼 출력은 높아지겠지만 소리는 커진다. 반대로 소리를 '조용히' 하려면 배기계통의 설계를 다소 복잡하게 하면 훨씬 조용히 배기시킬 수 있지만 출력은 손해를 본다. 결국 '소리'와 ' 출력'은 두 마리의 토끼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고안된 방법이 배출가스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속도를 늦추는 것인데, 나누어지는 갈래의 수만큼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전체적인 속도는 변함이 없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페라리는 대부분이 네 개의 테일 파이프를 가지고 있다. 테일 파이프를 네 갈래로 나누었다는 것은 그 만큼 배기량이 크다는 것이겠지만, 또 한편으로 소리와 출력의 두 요소를 모두 잡겠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네 개의 파이프는 단지 '멋'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볼 때 페라리는 '속삭이는' 차는 아니다. 페라리 특유의 야성미 있는 배기음 또한 페라리만의 멋이다. 우렁찬 소리이면서 약간의 금속성 고음이 섞인 페라리의 배기음은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드라이버들의 피를 끓게 하는 마력(魔力)이 있다. 그 소리는 유리창을 꾹꾹 닫아 들리지 않게 하고 싶은 소리가 아니라 운전자 뿐 아니라 다른 어느 누구에게든 일부러라도 들려주고 싶은 소리이다.


그 소리와 배기가스가 동시에 분출되는 테일 파이프는 페라리의 스포츠성을 잘 대변해 주는 상징이다. 샤프하게 도금이 된 매끈한 원형의 파이프 네 개가 주는 이미지는 고르게 다듬어진 근육을 가진 보디빌더에게서 받을 수 있는 건강함과 아름다움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가 아닌 일반 세단에서도 네 개는 아니지만 깔끔하게 만든 한 개 또는 두 개의 테일 파이프를 볼 수 있다. 차분한 세단의 이미지에서 단정한 테일 파이프는 '출력'을 위해서가 아닌 '차분한' 소리를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마치 섬세한 음을 연주하는 클라리넷과도 같은 성격이 세단에서의 머플러의 이미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자이너들에게 이렇듯 매력적인 일거리 중 하나인 테일 파이프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전기 자동차는 아예 테일 파이프가 없다. 아니 필요치 않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최근에는 내연기관을 쓰는 차라고 할지라도 테일 파이프를 보이지 않게 설계해 버린다. 이전에는 뒷 범퍼의 아래에서 반짝이는 빛을 발하던 테일 파이프가 요즈음은 범퍼의 훨씬 안쪽에서 지면을 향하고 있도록 설계되고 있는 추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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